[성준해준] 썸타는 하강



"여어, 밥 먹었냐?"


어, 밥은? 그래, 밥 먹었고? 별로 친절하지도 않고 딱히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 같은, 사실 별 관심도 없어 보이는 저 무심한 말투. 하성준 특유의 아침 인사는 늘 그런 식이었다. 출근길에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거나 출입문을 통과해 사무실에 먼저 도착한 제 자리를 기웃거릴 때도 저 멘트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해준은 무심하게 yes or no를 간략하게 대답해주고는 했다. 그래, 너는? 이라고 한 번 대꾸해줄 법도 한데 강해준의 극히 심플한 대답에도 성준은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눈치였다.


거기서 그치면 좋을 텐데, 아침을 먹지 않고 온 날이면 꼭 뭔가를 하나씩 제 책상에 던지고 갔다. 간단한 베이커리류일 때도 있었고 주먹밥일 때도 있었고 우유나 과일주스, 칼로리가 높은 커피일 때도 있었다. 처음엔 왜 제게만 이런 호의를 베푸는 줄 몰랐고, 나중엔 좀 부담스러워서 의례 아침을 먹었다고 대답하게 됐다.


그랬더니 점심시간에는 야, 강해준 밥 먹으러 가자! 하고 12시가 땡치면 제 자리로 오지를 않나, 같이 야근이라도 할 기세면 저녁 먹으러 가자고 성화였다. 졸지에 하성준이 사실 강해준 엄마는 아니냐고 입사 동기들 사이에서 농이라도 터질 때면 성준은 야, 우리 막내 잘 먹여야지. 니들만 잘 쳐먹지 말고 애 좀 챙기라며 되려 툭 쏘아댔다. 터지는 웃음 사이로 해준은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몰라 머쓱하게 서있기만 했다.




선천적으로 입이 짧고 양도 작았다. 가리는 음식은 크게 없었어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을 쓰게 되면 제일 먼저 입맛이 뚝 떨어졌다. 힘들게 인턴생활을 버티고, 경쟁 속에서 피티를 준비해 입사를 하고, 이제 한숨 돌릴만 하니 새 팀에 배정되고 나서는 아직 완벽하게 손에 익지 않은 업무 때문에 예민해졌다. 기대치가 높은 신입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고 남한테 아쉬운 소리도 듣기 싫어서 더 아등바등 굴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매일 야근 후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서 출근을 했더니 입안이 모래를 씹은 듯 텁텁했다. 점심을 거르겠다고 하는데 기어코 하성준 손에 끌려나왔고 조금 늦은 시간이라 피크 타임이 지났는지 상대적으로 한적한 구내식당에 식판을 나란히 두고 앉았을 때 해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팍팍 좀 먹어라. 밥알 세지 말고."
"야, 하성준."
"왜? 맛이 없어?"


깨작대는 젓가락질에 훈수를 두다 못해 제 소세지 반찬까지 손수 얹어줄 기세인 성준을 보고 푹 한숨을 쉰 해준이 젓가락을 식판 위에 내려놓았다. 나는 진짜, 이해가 안되서 그래.


"넌 왜 이렇게 나 밥 먹는 거에 신경 써?"
"어?"
"딴 사람한테는 안 그러잖아."
"그거야, 너 막내잖아."
"그게 뭐. 내가 너네들 앞에서 막내다운 짓 한 적 있어?"


귀엽지도 않고, 애교도 없다. 농담도 할 줄 모르고 성격이 좀 무미건조한 편이라 처음엔 동기들이랑 이렇게 어울릴 줄도 몰랐었다. 까칠하면 까칠했지. 나이가 두 살 어린 것만 빼면 딱히 그런 취급 받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성준 덕분에 졸지에 회사에서 막둥이 취급을 실컷 받게 됐다.


"그래서 싫어?"
"난 네가 나 싫어해서 놀리는 줄 알았지."
"그거야 네가 반응이 좀 재밌긴 하지."
"뭐?"
"아니, 그게 다가 아니고."


성준은 뭔가 말하기가 머쓱한지 괜히 제 뒷머리를 헤집었다가 시선을 여기저기로 돌려댔다가 했다. 해준이 그런 성준의 정신산만함을 뚫어져라 보다가 뭔 대답을 기대하겠냐며 몇 번 손대지도 않은 국을 괜히 휘휘 저어댔다. 이만 치우고, 들어가서 마저 일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성준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몰라, 너만 보면 자꾸 먹이고 싶어."
"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그래,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 하면서 해준이 팔짱을 꼈다. 반의 반도 비우지 못한 식판과 거의 전멸하다 시피 깨끗하게 비워진 식판을 사이에 놓아두고서, 성준의 헛소리를 경청할 자세를 취했다.


"나 마른 사람 안 좋아해."
"어, 그래서?"
"근데, 너 좋아해."
"...어?"
"그러니까 많이 먹어. 내가 옆에서 챙겨줄게."


해준의 의자가 순간 끼익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렸다. 성준은 머쓱한지 고개를 푹 숙이고서 제 뒷목을 문질렀다. 머지 않아 벌겋게 달아오르는 목덜미를 보면서 해준은 제 얼굴도 딱 그만큼 선홍색으로 물드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손 끝에 닿은 볼이 따끈따끈했다.







그래서 이게 뭐.. 이게 무슨 썸이야 어쩌라고? 하신다면 죄송합니다..
강해준 볼따구 꽉 찰 정도로 먹이는 하성준이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원래 이런 포근하고 따뜻하고 낯간지러운 건 못쓴단 말예여(철썩)
그래도 쵸파님 탄신일이 가기 전에 선물을 바치기 위해 매우 급하게 썼으니 마음만 받아주십시오
사랑해... 쵸파님... 우리 앞으로도 함께해요... 하강 많이 좋아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