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해준] 띠동갑인데 연애하는 하강

오랜만에 푸는거 같은데... 띠동갑인데 연애하는 하강. 강해준은 18살 고등학생이고 하성준은 30살 아저씨. 하성준 능력자 올ㅋ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하물며 12년의 시간차와 세대차이에 늘 조급해하는건 어린 강해준이겠지. 무심함과 귀차니즘이 그득할 찌든 사회인의 연애라는게 생각보다 풋풋하지도 않을거고 같은 성별에 도른 나이차에 어디 들켜서 쇠고랑이나 안 차면 다행. 강해준이 우겨서 시작한 연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늘 긴가민가했으면 좋겠다. 만나면 잘 해주긴 해도 애취급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게 사실 애가 맞으니까. 사랑에 있어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걸까? 하루에도 열두번씩 이런 생각을 하고는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드라마 같은데서나 나올 것 같았던 일이라는거지.


열두살. 띠동갑. 열여덟. 아저씨는 서른. 내가 태어났을 때 아저씬 이미 초등학생이었을테고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아저씨는 대학교에 입학을 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쩔수 없는 세월의 갭이 훅 다가와서 기분이 꿀꿀해짐. 


그래, 아저씨는 어른이니까. 그렇다고 쳐. 그렇다고 쳐도. 이번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음. 강해준은 여전히 연락 하나 없는 핸드폰을 지그시 노려보다가 저장되어 있는 하성준의 이름을 바꿈. [도둑놈ㅡㅡ]


나 이번주에 선 봐. 그럴 나이기는 했음. 나이가 삼십줄에 접어들면서 하성준에게 심심찮게 선자리가 들어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렇게까지 대놓고 광고할 건 없지 않나? 마치 오늘 점심엔 순두부 찌개가 나왔어. 간이 안 맞더라. 별로였어. 같은 말을 하는 것 마냥 심히 단조로운 하성준의 말투와 표정에 강해준은 기가 질림. 그래서요. 뭘 그래서야. 그렇다고. 어차피 성준이야 어머니 등살에 떠밀려 보는 게 뻔한데다 별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그게 제 입장에선 제법 서운했단 말임. 입술이 뾰루퉁해지는 것을 보며 하성준이 실실 웃음. 강해준 얼굴쪽으로 제 얼굴을 바짝 붙이며 우리 애기 서운하냐? 응? 하고 묻는 것을 보며 강해준은 아예 고개를 훽 돌림. 하여튼 사람이 진짜.


뭐야, 진짜 삐졌어? 됐어요. 잘 보고 오세요. 해준이 그 말을 던지고 자리에서 불쑥 일어나서 제 가방을 챙기는 동안에도 하성준은 한껏 여유로운 표정이라 그게 더 골이 나서 일부러 발을 쿵쿵거리며 나섬. 하성준이 이미 저만치 앞서 걸어가고 있는 강해준의 뒤로 성큼성큼 쫓아옴. 추워. 타고 가. 됐거든요.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타. 혼난다. 어느새 손목을 잡아챈 하성준이 강해준을 끌고가는데 날씨도 춥고 같이 차를 타고 온 지라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해서 못 이기는 척 끌려가긴 하는데 자꾸 속에서 열이 올라옴. 하성준의 어른의 여유 같은 게 이럴 때는 정말 싫은거. 혼자만 화나고 조바심 내고 끙끙 앓게 되는 것 같아서 슬퍼짐.


질투해? 짜증나니까 말 시키지 마요. 화내니까 더 귀엽네. 아저씨 변태에요? 뭐? 어휴, 이걸 어떡하면 좋냐. 하성준이 강해준 볼을 쭉 잡아 늘리다가 멋대로 늘어진 표정이 웃긴지 또 픽픽 웃음. 그런 하성준의 손을 까칠하게 툭툭 쳐낸 강해준은 팔짱을 끼고는 창밖만 주시함. 더 이상 놀리는 건 포기한 건지 하성준도 말없이 차를 출발시켰는데 그 이후로는 정적. 숨 막힐 정도로 정적. 결국 그 상태로 집 앞까지 가게 된 강해준은 차가 세워지자마자 가따부따 말도 없이 차문을 열고 휙 내림. 그리고 쾅, 세차게도 문을 닫고는 제 집으로 뛰어들어감. 그렇게 잔뜩 골이 난 강해준의 뒷모습을 보며 하성준은 입맛을 쩝 다셨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음. 그리고 그거시 경기도 오산ㅇㅇ


의젓한 것 같아도 확실히 애는 애다. 볼이 퉁퉁 부어있는 해준을 보며 성준은 생각함. 선자리에 나가 어떻게 시간을 때우고, 호텔 레스토랑 가서 식사도 하고 차도 한잔 마신 후 얼추 시간이 맞겠다 싶어 해준의 학교 앞에서 연락을 했더니만 여태 저런 상태임. 계속 말도 안 할 거야? 너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구만. 누가 오랬어요? 팽, 하고 해준이 고개를 팩 돌려버림. 학교 앞에 있다는 성준의 연락은 충분히 반가웠지만 오늘 따라 잔뜩 빼입은 옷 하며 잘 다듬어진 머리를 봤을 때, 바로 오늘이 그 디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음. 어차피 형식상 보는 거라면서, 거기다 열두살이나 어린 애인도 있는데 뭘 저렇게까지 하고 갔는지 해준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음. 게다가 옅게 풍기는 누군가의 향수 냄새하며 안 그래도 풀리지 않던 기분이 이젠 아예 엉켜버림. 지금 같아서는 성준의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서 해준은 입을 꾹꾹 다물어버림. 야, 해준아. ..왜요. 얼굴 좀 보자. 싫은데요. 나 진짜 안 볼 거야, 어? 애기야. 하성준(토)


성준이 달래려는듯 어깨를 살살 흔들었음. 하지만 지금은 저 낯간지러운 호칭도, 다정한 목소리도 하나도 달갑지 않음. 생각하면 할수록 더 속이 상해서. 자신은 남자고, 어린 애고, 많이 모자라다는 것을 이럴 때마다 실감하게 돼서. 아저씨 옆에 예쁘고 참한 여자가 함께 있는 것이 더 어울릴 걸 아니까. 아저씨. 응? 나 집에 갈래. 피곤해요. 해준아.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해준은 눈물이 핑 돌고 입술을 꾹 깨무는데도 서러움이 삼켜지질 않음. 등신같이.


그런 것도 모르고 자꾸만 저를 부르는 성준 때문에 더 괴롭기만함. 그냥 가만히 좀 냅두면 차라리 나으련만. 그러는 꼴은 또 못 보는 하성준 탓에 해준이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수그림. 우는 모습 보여주는 건 생각만 해도 창피한데. 그렇게 꾹꾹 간신히 눌러 담고 있는데 그런 해준을 모르고 얼마간 보채던 성준이 결국 길게 한숨을 내쉼. 너 자꾸 이러면 내가 기분이 좋아, 안 좋아. ....... 왜 이렇게 어려. 이런 것도 이해 못 해줘?


그 한숨 섞인 낮은 목소리에 마침내 해준의 인내심도 터져버림.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오는 눈물과 함께 해준이 고개를 들어 성준을 보고 소리침. 그럼 아저씨는, 어른이라서 내 기분 같은 거 모르죠? 야. 너 왜 울...


난 하루 하루가 초조해 죽겠는데. 아저씨야 나 만나는 거 가벼울지 몰라도 난 안 그렇거든요? 무슨 말이 그래? 나만 좋아하고, 나만 심각하고. 아저씬 아무 것도 몰라. 진짜. ....... 됐어요. 갈래요.


며칠 전 그날처럼, 해준이 먼저 차문을 열고 내림. 스스로 한 말에 더 서러워진 건지 도무지 눈물이 멈출 생각을 안해서 그렇게 끅끅 대며 걸어가고 있는데 이번엔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조차도 안남. 하성준 나쁜 새끼. 양심도 없는 놈.


알고 보면 젤 나쁜 새끼. 그렇게 지나름대로 욕을 중얼거리는데도 속이 안 풀림. 홧김에 심한 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잡을 생각도 안 하고. 이제 상관없다 이건가. 걸어가는 해준의 뒤로 차 시동이 걸리는 소리와 함께 라이트 불빛이 비침.


어쩌면, 혹시 하는 기대와는 다르게 성준의 차가 그대로 해준을 쌩하니 스쳐 지나감. 그 모습을 허망하게 보던 해준이 부어오른 눈만 깜박이다 주먹을 꾹 쥐고 차 꽁무니만 보고 서있음. 진짜 다 끝난 건가, 이게 끝인가 싶어서.


그 날 이후로 정말 성준에게선 연락이 없음. 가끔 점심시간에 맞춰 전화를 하거나 야자 시간에 공부 열심히 하라고 보내던 문자들도 뚝 끊기고. 은근히 맺고 끊는 거 확실한 건 알지만 정말 칼 같은 사람이다. 확실히 그 날 일 때문에 성준도 화가 단단히 난 듯 싶긴함. 그러면 그 때의 상황을 후회하다가도 다시 성준을 생각하면 괘씸하기도 해서 먼저 연락을 해볼까, 미안하다고 한 마디만 보내볼까 싶어도 해준의 자존심이 도무지 허락을 안 하는거.


해준으로서도 이번만큼은 지고들어갈수 없다 생각함. 그래봤자 우스운 자존심 싸움이었지만. 어른이 뭐 그래. 유치하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하루종일 핸드폰을 쥐고 있는 스스로가 미련함. 이렇게 신경 쓰게 될 거면서 왜 그랬어, 멍청아. 공부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심지어 자려고 누웠을 때도 자꾸만 머릿속을 뒤덮는 생각들에 해준이 고개를 휘휘 저음. 그렇게 자꾸 딴생각에 빠져 있다보니 멍을 때리느라 정신 놨네, 놨어. 친구들의 구박에도 해준은 멀거니 웃기만함.


그냥 이러다가 말겠지 싶었는데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잘도 지나감. 야자의 마지막 교시가 시작할 때부터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끝날 때가 되어서는 매섭게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들리는데 우산을 안 챙겨온 날엔 늘 그런 법. 소나기인가 싶어 방향이 다른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1층 현관에서 한참을 서 있는데 어째 비가 잦아들기는 커녕 점점 더 거세지기만 함. 이를 어쩐담. 귓전을 때리는 빗소리에 강해준은 또 심란해짐. 아까 그냥 친구들한테 낑겨 갈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잠시 이미 지난 일을 되돌릴 수도 없어 또 다시 몇 분을 현관을 서성이기만 함. 손 안에 쥔 핸드폰을 굴리며 이럴 때 연락하면 당장이라도 달려올 누군가를 떠올린 해준이 고개를 저음. 그땐 그랬어도, 지금은 아닐지 모르니까.


거기다가 지금까지 잘 참아왔는데 먼저 연락하는 건 어쩐지 억울함. 30초 가량 고민만 하던 해준이 결국 주섬주섬 제 마이를 벗음. 춥겠지만 비를 직빵으로 맞는 것보단 이게 낫겠지 싶으니까. 저 차가운 빗속을 뚫고 찰박거리며 운동장을 달려갈 생각에 벌써부터 몸이 떨렸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만은 없는 거였음. 결국 결심한 해준이 마이를 머리 위에 뒤집어쓰고 달려 나가려는 그 순간, 해준의 핸드폰이 진동함. 발신자를 확인할 새도 없이 대충 통화버튼을 누르고 귀에 갖다대는데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 


-어디 가려고 그래. ..? 

-거기 가만히 딱 서 있어. 


제 할 말만 하고 전화가 뚝 끊기는데. 분명 하성준이었음. 근데 뭐지, 방금? 어리둥절한 해준이 하성준의 말마따나 그대로 서 있는데 저 멀리 정문에서 누군가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임. 실루엣만 봐도 그게 누구인지 알 것 같아서 해준은 점점 더 가까워지는 성준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음. 그 날 그렇게 틀어진 이후로 혼자 자존심 싸움을 하느라 연락 한 번 안했었는데, 그 와중에도 성준이 제 생각을 하고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자신을 걱정해 데리러 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찡해짐. 속도 없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복잡한 기분. 난 아직 멀었나봐. 진짜 어린가보다.


그렇게 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어느새 성준이 해준의 앞으로 불쑥 다가와 섬. 현관을 나가는 그 잠시 동안도 젖을까봐 그대로 우산을 쓴 채 들어온 성준이 해준의 손을 잡아끌었음. 애기야. ...아저씨.


우산 안 가져올 것 같더라니. 다행이다. 안 늦게 와서. ....... 성준이 해준이 매고 있는 백팩을 빼내어 손수 앞으로 돌려 매줌. 성준이 지난 생일에 선물했던, 해준이 가장 아끼는 가방이었는데 혹 젖으면 속상할까 싶어 그렇게 매무새를 만져주고 나서는 성준이 한 팔로 단단하게 해준의 어깨를 끌어안음.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든 채 퍼붓는 빗속으로 뛰어들었음. 그리고 그렇게 둘이 걸어가는 내내, 해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음.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생각이 나질 않아서. 성준 역시 묵묵하게 해준을 붙잡고 걷기만 함. 품 안으로 거의 끌어안듯이 한 자세 때문에 둘의 거리는 잔뜩 밀착되었고 서로의 숨소리마저 들릴 지경.


민망해서 아무 말이나 하려고 생각을 하는 와중에 교문 앞에 성준의 차가 서있지 않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음.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왜 차를 안 가지고 온 걸까? 궁금해져서 해준은 조심스럽게 성준에게 물었음. 비도 이렇게 많이 오고 차로 가면 금방인데. 왜 차 안 가지고 왔어요? 그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성준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함. 차로 가면 금방이잖아. 우리 오랜만에 보는 건데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어서. 하성준 미친(????


아... 걸어가는 거 귀찮고 힘들면 택시 탈까? 아니, 그건 아닌데. 아저씨 다 젖잖아... 거기다가 해준의 학교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삼십여분이 걸리는데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었음. 아무리 우산을 쓰고 간다고 해도 제 쪽으로 현저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을 볼 때 성준의 어깨는 이미 다 젖고도 남았을것. 우리 애기, 아저씨 걱정했냐? ..누가 그렇대요? 이 아저씨가 언제 비 좀 맞았다고 감기 같은 거 걸린 적 있어? 허세 부리지 마요.


아직도 골 났네, 났어. 성준이 툴툴거리며 대답하는 해준의 목소리에 피식 웃었음. 우리 애기는 뭐가 그렇게 서러웠을까. 응? 보고 싶어 죽겠는거 괜히 자존심 지키느라 참았는데 막상 해준을 보니 그게 다 말짱 헛짓이었다는걸 깨달음.


화가 난 것도 잠시였을 뿐, 속상한 마음이 더 커짐. 혼자서 이 쪼끄만 머릿속에 무슨 고민을 했을 지가 눈에 보여서. 내가 연락 안 하면, 그대로 나 진짜 안 보려고 그랬어? 그건... 아닌데...


내가 속 좁게 굴었다는 거 알아. 어른스럽지 못했다는 것도. ....... 애기야, 그래도 그러지 마라. ....... 너 그러면 아저씨 속상해. ...잘못했어요. 나도 잘못했어. 안 그럴게. 약속. 랄도랄도 지랄도(ㅋㅋㅋㅋ


약속- 이란 말과 함께 성준이 해준의 볼에 제 입술을 꾹 누름. 거기에 놀래서 해준이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엔 입술에다 꾹. 졸지에 뽀뽀 세례를 받게 된 해준의 얼굴이 붉어짐. 하여튼 능글맞은 아저씨야.


아, 좋다. 비도 오고 사람도 없고. 뭐가 좋아요. 이 날씨에. 우리 심심한데 키스나 할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주책이야. 해준이 팔꿈치로 성준의 옆구리를 쿡 찌름. 하나도 아프지 않을 텐데 괜히 더 죽는 소리를 내며 성준이 울상을 짓자 해준의 얼굴도 풀어졌음. 언제 싸웠냐 싶을 정도로 그렇게 원점으로. 서운했던 마음은 어느새 눈처럼 사르르 녹았음. 


들어가. 아저씨도요. 아파트 현관 앞까지 저를 데려다준 성준의 왼쪽은 푹 젖어있었음. 그러게 차는 왜 안 가지고 와서는. 아까 큰 소리 떵떵 치던 성준이긴 했지만 좀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음. 날씨도 추운데 비까지 맞았으니 몸이 으슬으슬할 법도 한데 성준은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라며 해준의 등을 떠밀었음. 내일 출근 잘 하세요. 오냐.


쌍화탕이나 하나 먹고 자시던지. 해준의 말에 빵터짐. 알았으니까 들어가. 어머니 걱정 하실라. 성준의 재촉에 해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서다 또 저를 돌아보는 탓에 성준이 손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어 귀 옆에 가져다 댐.


그 모습에 해준이 빙그레 웃었음. 웃는 거 보니 그거면 됐다.성준이 우산을 단단히 쥐고 몸을 돌려 걷는데 순간 기다렸다는 듯 에취, 하고 마른 기침이 터져 나옴. 다음날 아침. 한창 수업을 듣는 와중에 해준에게 문자가 도착했음.


 [아저씨 아프다] [아파 죽겠다 진짜] [출근도 못 했어 큰일 났어 나 짤리면 우리 애기 누가 먹여살려] [있다 죽 사와 나 간호해줘] [애기야 아프니까 더 보고 싶다] 몇 분 간격으로 줄지어 온 문자를 보며 해준이 이마를 짚었음.


내 이럴 줄 알았지. 어제 비 쫄딱 맞을 때부터 알아봤다. 아무래도 오늘은 야자를 째야겠지 싶음. 졸지에 병간호를 하게 된 해준이 혼자 침대에 누워 끙끙거리고 있을 성준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웃음이 나옴. 근데 아픈 사람이 뭐 이래.


아프니까 어리광만 느는 건지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도 하는 꼴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이상함. 정말 웃기는 아저씨야. 그래도. [사랑한다 우리 애기] 마지막 문자를 몇 번이고 다시 보던 해준이 샐쭉이 웃었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