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에 막 들어왔는데 뭐가 시끌시끌하다. 보니까 지금 막 들어온 환자 하나 가지고 실랑이가 벌어졌는지 하치프님이랑 저건... 보자. 강쌤 아니야? 스테이션에 CT 걸어놓고선 말싸움을 하고 있는데 둘이 상극인데다 서로 어지간하게 안 지니까 보나마나 길어지게 생겼다.
“CT좀 봐라. 척수에 피고인 거 안 보이냐?”
“하선생님, 다리뼈 골절되고 척추뼈 어긋난 건 안 보이세요?”
“이게 한 마디도 안 지지.”
정형외과 레지 주제에 그 냉랭한 하치프한테 바락바락 말대꾸하는 꼴을 보니 미치겠다. 누가 명물 아니랄까봐. 본과 시절에 1,2위를 달리던 강쌤은 제 적성에 기초 건물 공사가 제격이라며 정형외과로 들어갔다. 그래도 보통은 선배들한테 알랑방구도 뀌고 애교도 부리고 하는 편인데 직언에 매를 버는 성격 탓에 인턴 때부터 맨날 깨지고 쳐맞고. 치프 잘 만나서 다행이지 하치프 같았으면 강쌤은 벌써 아웃이다. 벌써 드레싱 끝낸 인턴이 저 둘을 조마조마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저러다 싸움 나지 싶다.
“뭔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워?”
“어? 치프님 오셨어요? 저기 좀 말려야 될 것 같은데.”
구세주 천치프님이 멍하니 서있는 내게 웃으면서 다가온다. 뭐가 문제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천치프님을 보며 이마에 삐질삐질 솟은 땀이 식는 것을 느꼈다. 하치프가 불같은 성격이라면 천치프는 특유의 느긋한 성격과 매사 쿨한, 아니 쿨하다 못해 조금은 추운 성격 탓에 우린 맨날 차라리 정형외과를 부러워했었지.
“해준이가 또 말썽부려?”
“좀 그런 것 같네요.”
나를 비껴 둘에게 걸어간 천치프가 강쌤을 제 뒤로 서게 하고는 하치프와 마주 선다. 씨익 웃는 얼굴에 날카로운 표정의 하치프의 눈썹이 씰룩거린다.
“대체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겁니까.”
“워워- 화 풀어요. 하치프.”
“시끄럽고. 척수조영술 신청하고, 신경외과로 입원장 작성하는 걸로 하죠.”
“에이, 배선공사하기 전에 기둥부터 세워야겠는데.”
CT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차치프가 제동을 건다.
“기둥 두들겨 맞춘 다음에, 배선 공사 하자. 원래 집 무너지면 그렇게 하는 거야.”
“난 두 번 오더 안 내립니다. 야, 장백기 너 거기 서서 뭐해. 빨리 입원장.”
“일단 뼈 붙여놓고 신경 문제 있으면 니네 쪽으로 넘길게. 응? 하치프님~”
“어우.”
그제야 알았다. 계속 실실 웃는 얼굴로 할 말은 다 하는 천치프가 더 무서운 존재라는 걸. 강쌤이 왜 저렇게 앞 뒤 안 가리고 지 할말 하는지를 좀 알겠다 싶다. 금세 입원장을 작성하는 강쌤과 그런 강쌤에게 너 치프님한테 버릇없게 그러면 안 된다고 조근조근 달래는 천치프를 보던 하치프는 이마를 짚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장백기. 너 이영숙 환자...”
“했습니다!”
“진짜 했어?”
“네.”
한석율이 못 만났으면 오늘 저승길 갈 뻔했다. 안 그래도 저기압인 하치프한테 정강이도 모자라 뼈 부러져서 정형외과 입원장 내가 내 손으로 작성할 뻔한 걸 깨닫고 몰래 한숨을 쉬웠다. 가자. 하고 앞장서 ER을 빠져나가는 하치프의 뒤를 따르려고 하는데 강쌤이 날 보며 혀를 낼름 내민다. 내가 진짜 서러워서. 가운데 손가락을 들려다가 서둘러 하치프의 뒤를 따라갔다.
짤린 부분이 많아서 연애하는 얘기가 안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플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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