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여러번 바뀔 동안 무난하게 지속된 연애였다. 처음처럼 불타오르진 않았으나 미지근한 체온처럼 이제 서로가 익숙하고 편안했다. 벌써 각자의 나이가 삼십대 중반에 접어들 때였지만 해준은 여전히 단 둘만의 세계를 원했으며 또 그게 오래오래 계속될 줄 알았다. 어제가 오늘 같고, 또 오늘 같은 내일이 오는 것이 지루해도 좋았다.
"나 결혼하려고."
그 날 아침, 성준의 차를 타고 함께 하는 출근길에서 성준은 별 대수롭지 않은 얘기를 하듯이 말을 꺼냈다. 나도 이제 사람처럼 살아야지. 멀쩡하게. 성준은 막 바뀐 신호에 부드럽게 엑셀을 밟았고 해준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간 그런 성준의 옆얼굴만 물끄러미 보다가 잠긴 목을 열었다.
"그럼 그동안 너랑 내가 한 건 뭔데, 사람 같지 않은 일이었어? 멀쩡하지도 않고?"
"말꼬리 잡지 마."
똑똑한 애가 왜 이럴 때만 못 알아 듣는 척이야. 너도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잖아. 성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숨을 조여왔다. 애초에 시작부터 달랐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성준에겐 자신이 첫 남자였다. 그리고 해준은 여자를 한 번도 안아본 적이 없는 몸이었다. 하성준에겐 가능한 결혼이라는 평범한 미래가 해준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결혼할 여자가 있기는 하고?"
"나 그렇게 능력 없는 놈 아니다. 이번 주말에 보기로 했어, 선."
"야, 하성준."
"알아 들었으면 피차 피곤한 얘기 1절만 하면 안될까."
그 이후로 차가 회사 주차장에 매끄럽게 주차될 때까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동이 꺼진 차 안에서 성준은 미간을 좁힌 채 핸들을 두드렸다. 해준이, 울고 있었다. 소리도 없이 떨리는 어깨에 손을 뻗었다가 다시 거두었다. 상처를 준 것도, 울게 만든 것도 결국엔 모두 제 손으로 한 일이었다. 위로까지 하기엔 너무 양심이 없었다. 제 속이 뻔한 거짓을 아마 해준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속은건, 서로에게 속아준 것은 결국 그 구질구질하고 지긋한 사랑이었다. 이제는 서로를 놓아야 할 때였다.
이게 무슨 자동키워드? 같은 거 3개로 후다닥 썼던 것 같은 기억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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